“우리는 회장님의 딴따라”…언론사서 종교 갑질·영업 강요 논란_카지노 룰렛 맥주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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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한 언론사가 직원들에게 종교 행사 참여를 강요하고, 비영업부서 직원들에게 자사 상품 사용과 영업을 강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KCTV제주방송(회장 공성용)은 TV와 인터넷, 모바일(알뜰폰) 등을 판매하는 제주지역 케이블방송사로, 최근까지 직원들에게 한 달에 한 번 꼴로 사내 예배 참석을 강요하고, 부서별로 돌아가며 특별찬송을 부르게 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다.

KBS가 입수한 영상에는, 직원들이 KCTV제주방송 강당에서 교회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2013년쯤 촬영된 것으로, 여직원들이 사내 강당에서 옷을 맞춰 입고 율동을 하며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이 촬영됐다. 제일 앞줄에는 공성용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KCTV제주방송 직원들이 사내 강당에서 특별 찬송을 부르고 있다. 2017년 추정
2~3년 전 또 다른 부서 직원들이 특별찬송을 부르는 영상에서도 이 같은 모습이 확인된다. 해당 영상에는 검은색 하의와 흰색 상의를 맞춰 입은 직원들이 공 회장 앞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KCTV제주방송 전·현직 직원들은 개인 종교나 의지와 상관없이 거의 모든 직원이 사내 예배와 특별찬송에 참여했다고 증언했다.

퇴사 직원 A 씨는 "회장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며 "직원들은 특별찬송을 하려고 2~3주를 연습하고, 밤 8~9시까지 남아 율동을 하고 노래를 외웠다"고 회고했다. 또 다른 퇴사 직원 B 씨는 "나이 30~40 먹고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게 창피했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직원들에 따르면 사내 예배와 특별찬송은 올해 초까지 진행돼오다 코로나19로 중단됐다. 퇴사직원 C 씨는 종교 행사 참여를 "회장님의 행복을 위한 딴따라였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종교 행사가 사실상 강제적인 분위기였다고 말한다. 직원 A 씨는 "회장님하고 가까운 목사들이 가끔 돌아가며 회사에 오는데, 그럴 때는 회장이 직접 부서를 돌아다니며 예배에 참석하라고 다그쳤다. 전혀 자율이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원 B 씨는 "간부들은 특별 찬송을 부서별로 1년에 한 번 정도밖에 안 하는 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한다. 군대에서도 종교 행사 참여는 자유인데, 우리는 그것마저 되지 않는다. 잘되면 주님 탓, 못하면 직원 탓을 한다"고 토로했다.

종교 행사 참여가 강압적이었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김진세 노무사는 "회사 측에서 직장 상사나 사업주가 본인과 상관없는 종교 활동을 업무 외적으로 강요하고, 이로 인해 근로자가 신체적,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직원 영업 실적표 공개' 부서 망라한 영업 압박


비영업부서에 대한 영업 강요와 자사제품 강매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KCTV제주방송의 전 직원의 영업 실적표에는 부서별로 누가, 어떤 상품을 얼마나 판매했는지 기록돼 있었다. 보도국과 편성제작국, 기술국 등 일반부서에도 회사상품 할당량이 책정됐고, 매달 달성률이 표시됐다. 영업 실적표는 회사의 공개된 장소나 직원 전산망에도 공개돼 모든 직원을 영업 전선에 뛰어들게 하는 채찍이 됐다.

비영업부서였던 전 직원 B 씨는 "부서에서 월말이되면 국장급이나 부장급이 전 직원 실적이 적힌 종이를 주면서 영업을 강요했다"고 털어놨다. 실적이 부진한 일반부서 직원들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영업국 직원들로부터 그들의 실적을 돈을 주고 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B 씨는 "영업을 못 한 비영업부서 직원이 영업국 직원에게 한 건 당 3만 원을 주고 사는 경우도 있었다"고 증언했고, 전 직원 C 씨는 "회사 내에서 영업 거래가 암흑시장처럼 형성돼있다"고 말했다. 전 직원 A 씨는 "아나운서 같은 경우 다른 지역에서 오는 분들이 많은데, 연고가 없어 영업을 못한다. 그래서 실제로 몇 건 씩 챙겨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현직 B 씨는 "KCTV제주방송은 뉴스를 하기 때문에 공적 역할은 물론 동시에 영업도 해야한다. 영업이 이해되는 부분이 있지만, 강압이 아닌 척하며 강요하는 행위들이 만연하다"고 꼬집었다.

공성용 회장 "진급·급여인상·성과급 10배 이상 줄게 할 수 있다"

지난 4월엔 회사 측이 직원들의 집 주소를 확인해 자사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직원들을 찾아낸 뒤 변경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직원 B 씨는 "(회사가) 직원들 주소를 확인해 방송, 인터넷, 알뜰폰 등 회사 상품 안 쓰는 직원들을 다 찾아냈다"며 "진짜 최악인 직원은 휴대폰 바꾼 지 일주일도 안 돼 회사 알뜰폰으로 바꾸며 위약금을 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0일 KCTV제주방송 공성용 회장의 CEO 메시지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확인된다.

KBS가 입수한 4월 20일 공 회장의 CEO 메시지 녹취록에 따르면, 공 회장은 "사우님들 사용하는 회사상품에 대한 아쉬움과 배신감을 털어놓고자 합니다. 또 한 번 더 회사 상품을 소개합니다. 오늘 이후로는 모른다고 하지 마세요. 벌 받을 겁니다"라고 통보한다. 이어 "반드시 금액을 외우세요. 월례회의 때 필기시험을 칠 수 있습니다. 인사·급여에 반영합니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영업실적에 대한 압박성 발언도 이어간다. 공 회장은 "사우님 칼에는 칼, 주먹에는 주먹, 돈에는 돈으로 갚아야 합니까? 저도 그렇게 할까요? 당신의 진급, 급여인상, 성과급, 인사, 지금 당신의 이익 10배 이상 줄게 할 수도 있습니다. 노동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라며 직원들을 다그친다.

회사 경영자 등이 임직원들에게 자사 제품 구매와 판매를 강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이른바 '사원 판매' 행위로, 비영업 직원에게 회사 상품의 판매 목표를 정하고, 최고경영자 등에게 주기적으로 실적을 보고하고 판매를 독려하는 것 역시 법 위반이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역방송이 지역에서 공적 역할, 방송으로서 공정성을 중시하는데 이렇게 영업과 실적을 강요하는 것이 아주 놀랍다"며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기관이 적극적으로 조사해 진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보도 나가자 오히려 "내부 고발자 찾아라"

지난달 23일, 미디어오늘은 KCTV제주방송의 종교와 영업 강요 문제를 보도했다. 그러나 문제가 터진 뒤에도 공 회장은 오히려 직원들에게 내부 고발자를 찾아 낼 것을 공개적으로 지시했다.

KBS가 입수한 지난 2일 공 회장의 전체조회 녹취록에 따르면, 공 회장은 "우리 회사에서 찬송 소리와 기도 소리가 나면 하느님께서 기뻐해 주시리라. 우리 회사가 성장하는 게 그렇게 싫습니까? 그렇게 질투 납니까? 우리 적에게 그런 창피함을 얘기합니까?"라며 회사 문제가 외부로 드러난 것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다.

이어 "여러분이 싫다면 (사내 예배, 특별찬송)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절대 그 정도 약한 공성용이 아니"라고 고성을 지른다.

공 회장은 또 "내부의 적 한사람이 외부의 적 1,000명보다 무섭습니다. 이 적은 제가 어떻게 찾겠습니까? 우리 사우 여러분들이 찾아주세요. 그리고 말려주세요. 그리고 다잡아 주세요. 사우 여러분들 알겠습니까?"라며 제보자 색출을 지시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취재진은 해당 논란과 관련한 공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KCTV제주방송을 방문해 공문을 전달하고, 공 회장에게 문자와 전화로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KCTV제주방송 측은 이후 법률대리인을 통한 서면 답변을 보내왔다.

이들은 자사제품 강요 논란에 대해 "자사 제품에 대한 이해의 증진 및 회사 발전에 대한 강조 내지 호소이며, 강요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고, 종교 행사에 대해서도 역시 "강요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올해부터 예배 및 특별찬송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보자 색출 논란에 대해서는 "회장이 제보자를 색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KCTV제주방송 측은 또 "이번 사건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사내 상품 문제, 특정 종교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개선하였으며, 직원들에게 부당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전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건의와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창구를 다양화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

개선책 내놨지만…"계속 지켜봐야"

신미희 사무처장은 "KCTV제주방송에서 개선책을 내놨다면, 지역사회에 어떤 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인지 공개 약속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처장은 "그래야 약속이 지켜지는지 지역사회에서 지켜볼 것이고, 이행되는지 점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문제를 보도한 손가영 미디어오늘 기자는 "다른 언론사 선례를 보면 약속을 지키는 경우가 많지 않다. 정말 의지를 가지고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건지, 단순 개선책을 발표한 수준인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KCTV제주방송은 1994년 주식회사 제주종합유선방송으로 창립, 2012년 12월 28일 KCTV제주방송으로 상호를 변경한 종합유선방송업체다. TV와 인터넷, 모바일 등 종합유선방송업과 광고사업, 전기통신공사업 등을 하고 있다. 26년째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직원도 250여 명에 달하지만 노동조합은 없다.

공성용 회장이 대표로 있는 주식회사 골드가 38%의 지분을 갖고 있고, 공 회장이 36.2%, 공 회장의 배우자가 11.4%, KCTV제주방송 사장이자 공 회장의 아들인 공대인 씨가 5.3%, 딸 공 모 씨가 3%의 지분을 갖고 있다.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93.9%에 달하는 가족 경영 회사다. KCTV제주방송의 지난해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은 각각 650억 원과 600억 원, 당기 순이익은 72억 원에 달한다.


* 방송 예고: 2020년 6월 15, 16일 KBS제주방송총국 7시·9시 뉴스
* 탐사K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 제보: jeju@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