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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899년 개통한 대한민국 최초의 철도 노선, 경인선과 1905년에 시작된 경부선, 모두 100년 넘게 역사를 이어왔습니다.

그런데 도시가 커지면서 이제 땅 위로 달리는 철도는 생활권 단절 등 여러 문제를 낳고 있는데요.

그래서 지상 철도를 땅 아래로 옮기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여야는 특별법을 만들며 '철도 지하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스마트 대한민국을 향한 철도 지하화 구상과 과제, 오대성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도심 건물들 사이 길게 뻗은 산책로….

숲 사이, 운동을 하거나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합니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빗대 '연트럴 파크'로 불리는 경의선 숲길의 한 구간입니다.

화물열차가 지나던 철길을 지하로 넣으면서, 그 위로 직선 6km의 도심 공원이 탄생했고 도시엔 새 활력이 됐습니다.

[김현탁·박초롱/지역주민/서울 마포구 창전동 : "접근성이 좋아서 자주 나오는 편이고요. 이 근처에 맛집이라든지 풍경이 좋아서 나오면 힐링 되는 기분이…."]

[이성원/부동산중개법인 대표 : "철도가 있었다면 철길로 인해서 상가는 다 단절됐을 텐데 이 철도를 공원으로 하면서 시민들에게 돌려주니까 이 공간이 너무나도 재미있는 상업적으로도 매우 성공할 수 있는 공간이 (됐습니다)."]

이처럼 공간이 부족한 도시에선 지상 철도를 지하로 옮기자는 목소리가 10여 년 전부터 나왔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역과 그 주변입니다.

승강장 9곳과 27개의 철로가 있는 서울역의 동서 방향 폭은 대략 400m에 이릅니다.

도심 한복판, 철로가 있는 곳들은 그만큼 단절돼 있단 얘기입니다.

이곳 위로는 경부선 철도가 지나는데요.

맞은편으로 가려면 보행자나 운전자 모두 이 좁은 지하차도를 이용해야 합니다.

아니면 빙 둘러가야 합니다.

소음과 매연 등 열악한 생활환경도 문제입니다.

[홍성원/지역 주민/서울 용산구 청파동 : "(열차 분진으로) 창틀이나 이런 곳을 손으로 문지르면 검게 묻어요. 기차가 지나가면 건물이 이렇게 흔들려요, 울려요."]

주민들의 호응이 큰 만큼 철도 지하화는 늘 대표적인 지역 공약인데 막대한 공사비용 탓에 별 진척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대선에서 철도 지하화는 핵심 공약으로 떠올랐고 최근 여야는 처음으로 특별법을 만들어 국회 상임위를 통과시켰습니다.

특별법의 핵심은 지하화 공사와 상부 개발사업을 '민관이 통합으로 추진'해 막대한 비용조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겁니다.

서울에선 경부선과 경인선, 지역에선 부산, 대전, 대구 등이 지하화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수도권 23조 원을 포함해 전국에서 많게는 45조 원의 비용이 들 거로 추정하는데, 비용은 원칙적으로 세금 대신 사업시행자가 집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공사 자체의 난이도와 들쭉날쭉한 건설경기, 여기에 수익성과 공익의 조화도 중요합니다.

[고준호/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 : "지상 공간을 다 상업공간으로 만든다든가, 혹은 다 집만 짓는다든가 하면 사실 이건 도시의 모습에 있어서 바람직하지는 않죠. 일부는 공공시설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정책 우선 순위에 대한 설득도 필요합니다.

[박흥수/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전문위원 : "철도교통이 닿지 않는 지역들이 많이 있고, 그 불편함은 여전히 있습니다. 지금 멀쩡히 다니는 노선을 지하로 넣기에는 우리가 안고 있는 시급한 과제들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

국토부는 특별법이 통과되면 통합개발추진단을 꾸리고, 올 상반기에 전국적인 '종합계획 수립'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문제없이 진행된다 해도 최소 15년.

4대강 사업의 2배 넘는 비용이 투입되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역사의 출발선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순간입니다.

도시에 숨통을 트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낼지, 아니면 또 다른 부동산 개발에 그칠 것인지 우리 철도 100여 년 역사에 묵직한 과제가 던져졌습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 하정현/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고석훈